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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도시재생 서포터즈 특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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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으로 다시 살아나는 중촌동, 세대를 잇는 도시재생
DJRC   2026-09-10 17:24:33   73

패션으로 다시 살아나는 중촌동, 세대를 잇는 도시재생

 

도시재생 서포터즈 김수민

 

[ 1. 도시재생사업의 시작과 변화 ]

Q1.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는 점은 어떤 것일까요?

 

도시재생사업 선정 당시, 60~70년 된 노후 마을에 주민들이 모일 소통 공간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이 매우 컸습니다. 약 100억 원 가까이 되는 사업 예산이 투입되면서 주민들이 구상하던 마을의 모습을 모두 실현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물가 상승과 현실적 제약이 겹치며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당초 차량을 수용할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고 기존 도로변에 벤치와 화분을 가꿔 정돈된 마을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으나, 구상하던 만큼으로는 추진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과 마을 주민들이 서로 논의하고 조율하며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였고, 사업이 완료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주민 공간의 활성화'입니다. 모일 곳 없던 동네에 ‘맞춤 패션 플랫폼’이라는 함께 마주할 거점이 마련되면서 이를 찾는 주민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마을 공동체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Q2. 사업을 진행하시면서 주민들과 함께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운영되었던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주민들과 함께 선진 사례를 배우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지역 이슈부터 건물의 작은 설계 수정까지, 주민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 애썼죠.

 

그 과정에서 가장 뿌듯했던 건 주민들의 변화였습니다. 평소 인사 정도만 나누던 분들이 동네를 함께 걸으며 고민하고, 청주나 부여로 선진지 견학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가까운 이웃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주민들이 다 같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깊이 소통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도시재생사업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여 우리 동네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저와 주민 모두에게 가슴 따뜻하고 의미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 2. 공간 운영과 마을공동체 ]

Q3. 공간을 실제로 운영해 보시니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떠는 동네 사랑방을 기대했습니다. 특히 패션이나 의류에 관심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든 문턱 없이 찾는 공간을 꿈꿨죠. 지나가다 바짓단이 터지면 들어와 수선하고, 패션쇼를 준비하는 학생이 고민을 나누거나, 미싱과 바느질을 배우는 따뜻한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해 보니 주요 공간이 2층에 위치해있어 생각보다 주민들의 접근성이 낮았습니다. 외관상으로도 쉽게 들어오기 힘든 구조라 주민들의 발길이 기대만큼 미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초기 비전과 현실의 물리적 한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는 이 문턱을 어떻게 낮추고 안내를 강화할지가 운영자로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Q4. 조합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과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웠던 건 초기에 고정으로 나가는 운영비의 부담과 수익 구조 마련이었습니다. 맞춤 패션 플랫폼을 위탁받으며 주차장 수입 위주로 운영을 시작했는데, 전기세만 한 달에 80~90만 원씩 나오고 엘리베이터나 소방 시설 유지비도 상당했습니다. 한때는 전기세가 밀릴 정도로 막막했죠. 다행히 태양광 설치 관련 지원사업으로 시설을 설치하고 주차 요금을 일부 인상하면서 고비를 조금씩 넘길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 공간이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왔을 때입니다. 이전에는 동네에 대규모의 인원이 모일 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인근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이나 아이들 행사, 야외 수업 등 다양한 이유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버티기 힘들었던 마을이 이제는 지역 주민들에게 '꼭 필요할 때 찾아올 수 있는 소중한 사랑방'이 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 3. 중촌동과 패션 도시재생 ]

Q5. 중촌동이 패션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중촌동은 타 지역에 비해 외형적인 랜드마크는 부족했지만, 오랜 시간 주민들의 삶과 함께해 온 '패션 산업'이라는 독보적인 지역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 5~10평 남짓한 소규모 원단 상점들로 출발해 원단 집과 의상실이 100여 개 이상 밀집한 대규모 패션 거리로 자발적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타 지역에서 관광버스를 빌려 방문할 정도로 패션 특화 상권으로서 명성을 높였으며, 주민들의 노력이 집약된 터전이었습니다.

 

저 또한 중촌동에서 50년간 의류 제작에 종사해 온 장인으로서, 이 동네가 가진 역사적 정체성과 기술적 자산을 계승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진정성 있는 도시재생의 방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Q6. 슬로우 패션이 중촌동의 지역적 특성과 어떤 점에서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중촌동에는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하고 버리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옷이나 천 하나하나가 정말 귀했거든요.

 

엄마가 입던 옷을 뜯어서 아이 옷을 만들고, 큰 한복 치마를 뜯어서 원피스를 만들고, 남은 천 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가방을 만드는 식으로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맞춤옷은 만드는 과정부터 생각이 많이 들어갑니다. 소매를 길게 할지 짧게 할지, 주머니 모양은 어떻게 할지 하나하나 고민하며 만듭니다. 그만큼 시간은 걸리지만, 내 생각과 마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버리지 못하죠.

 

이렇게 오래 생각하고, 오래 만들고, 오래 사용하는 맞춤 패션 문화가 중촌동이 걸어온 오래된 역사와 딱 맞다고 생각합니다.

 

Q7. 맞춤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시면서 지역의 패션 산업이나 상권에 변화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가장 큰 변화는 '청년들의 유입'과 '무대의 확장'입니다.

 

예전보다 패션 가게들이 많이 줄어들어 아쉬움도 있었지만, 맞춤 패션 플랫폼이 생기면서 패션 전공생이나 의류를 공부하는 청년들이 졸업 작품전이나 연주회를 준비하러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청년들이 찾아와 중촌동의 패션 문화를 이어가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된 거죠.

 

또 하나의 변화는 중촌동의 옷이 전국을 넘어 아프리카, 남미, 유럽 같은 세계 각지로 뻗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연복이나 연주복을 제작하면서 작은 동네 상권이 세계와 연결되는 가능성을 실제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 4. 청년과 중촌동의 미래 ]

Q8. 앞으로 청년들이 중촌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위해 어떤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가장 큰 숙제가 바로 '청년들이 오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건물만 짓는 게 아니라 골목 전체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인사동이나 북촌처럼 청년들이 골목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계속 찾을 수 있어야 하거든요.

 

중촌동 골목에도 예쁜 벤치나 포토존을 만들고, 청년들이 산책하듯 오가며 소소한 패션 체험을 하거나 소품을 살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청년들이 이 골목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게 만드는 환경, 결국 '진짜 가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9.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수익 사업이나 운영 모델이 있으실까요?

 

단순히 옷을 만드는 제조 공간을 넘어, 누구나 찾아와 즐기는 '패션 종합 체험·소통 공간'으로 모델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현재 매주 화요일 시니어 모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대상을 넓혀 자신만의 옷을 입고 워킹을 해보거나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합니다.

 

여기에 최신 패션 트렌드나 코디법을 배우는 클래스, 직접 옷을 리폼하고 수선해보는 맞춤형 체험 공간을 접목하려 합니다. 옷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고 경험을 소비할 수 있는 '패션 경험형 공간'을 통해 자연스러운 수익 창출과 방문 유도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Q10. 마지막으로 앞으로 중촌동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시나요?

 

제가 가장 바라는 중촌동의 모습은 '세대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동네'입니다.

 

지금 중촌동에는 60~70대 어르신들부터 30~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옷을 만들려면 일단 중촌동으로 가보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네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른들만 남아있는 동네가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청년과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 활기찬 거리이길 바랍니다. 중촌동의 패션 문화가 한 세대에서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로 이어져, 이 골목이 앞으로도 계속 살아 숨 쉬는 것이 제 마지막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