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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도시재생 서포터즈 특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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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을 찾아서, 공간 소이헌 김소연 대표가 말하는 도시와 예술
DJRC   2025-12-07 17:40:58   38

잃어버린 집을 찾아서, 공간 소이헌 김소연 대표가 말하는 도시와 예술

 

도시재생 서포터즈 로컬 임팩터스팀 황도현

 

 

현대 도시는 기억 상실의 공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파트라는 편리한 구조물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마음을 누일 ''은 잃어버린 채 부유합니다. 대전 선화동의 낡은 골목, 시간의 지층이 켜켜이 쌓인 그곳에서 '공간 소이헌'의 김소연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문화 컬렉터인 그녀에게 도시의 재생, 예술의 구원, 그리고 예술가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에 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간 소이헌과 선화동의 도시문화 발전 방향성

Q. '공간 소이헌'이라는 이름과 이곳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단순한 갤러리나 카페와는 다른 결이 느껴지는데요.

김소연 대표(이하 김): 소이헌(笑伊軒)은 이태백의 시 '산중문답'에 나오는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 웃으며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스스로 한가롭다)'에서 따왔습니다. 현대인들은 ''을 잃어버렸어요. 과거의 집은 호구(戶口)처럼 세상의 풍파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에너지를 재충전해 주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오로지 자산 가치로만 환산되는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렸죠.

저는 임상심리학자로서 사람들이 도심 속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정원'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실 안에서의 치료를 넘어, 아름다운 공간과 예술이 주는 비언어적 위로를 통해 방문객들이 자신을 치유하고 ''의 원형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Q. 선화동은 대전의 근현대사가 혼재된 독특한 지역입니다. 대표님이 보시는 선화동의 가치와 도시문화 발전 방향성은 무엇입니까?

: 선화동은 1940년대 목조 주택부터 70년대 상가, 80~90년대 다가구 주택(원룸)이 모두 섞여 있는 거대한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일반적인 재개발 논리로 보면 낡은 건물들을 다 부수고 아파트를 지었겠지만, 저는 이 '시간의 지층'을 보존하는 방식의 재생을 추구합니다.

건물을 매입할 때 저는 일주일 이상 빈 집에 앉아 공간과 대화를 나눕니다. 낡은 서까래에는 그 집을 지은 사람의 염원과 시대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선화동의 발전 방향은 이 오래된 텍스처(Texture)를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청년들의 현대적 감각을 입히는 '아카이빙(Archiving) 재생'이어야 합니다. 옛것의 품격과 젊은이들의 활기가 공존하는 곳이죠.

 

 

Q. 최근 '빵모았당협동조합'과 협약하여 '빵마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도시 재생에 어떤 역할을 합니까?

: '후각'은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감각입니다. 골목에서 갓 구운 빵 냄새와 커피 향이 난다면, 사람들은 무장 해제되고 행복감을 느끼죠. 대전이 '빵의 도시'라고 하지만, 성심당만 들렀다 떠나는 경유형 관광에 그치는 게 아쉽더군요.

그래서 선화동을 사람들이 머무는 '체류형 빵 마을'로 만들고자 합니다. 저희 기성세대는 공간과 자본 인프라를 제공하고, 청년들은 빵과 콘텐츠를 채우는 상생 모델입니다. 단순히 소비만 하는 곳이 아니라, 청년 베이커들이 실제로 이 동네 원룸에 거주하며 삶의 터전을 일구는 '직주근접형 문화 마을'을 지향합니다. 이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마을의 자생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봅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예술과 방향성

Q. 대표님은 강환섭 화백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계십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예술가의 태도, 그리고 예술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 강환섭 화백의 삶에서 저는 '완벽한 고집''절대 고독'을 봅니다. 그는 "내 그림의 가치를 모르면 가져가지 말라"고 할 정도로 타협하지 않는 정체성(Identity)을 가진 분이셨죠. 현대인들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나다움을 잃어가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또한, 예술은 철저한 고독 속에서 탄생합니다. 새벽녘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한 절대 고독,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 비로소 신을 만나거나 예술적 승화가 일어납니다. 저는 소이헌을 찾는 분들이 강 화백의 그림이나 고요한 공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Q. 컬렉션의 스펙트럼이 조선시대 민화부터 유럽 앤틱 가구까지 방대합니다. 수집에 있어 특별한 철학이 있으신가요?

: 저에게 수집은 투기가 아니라 '교감'입니다. 90년대 유학 시절, 힘들었던 저를 구원해 준 것은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딘 앤틱 가구들 이었습니다. 쉽게 쓰고 버리는 인스턴트 물건이 아니라, 시간의 향기가 배어 있는 물성(Materiality)에 끌립니다.

특히 '한국관'에 전시된 석채화나 장지(壯紙) 그림들은 우리 민족의 은근하고도 강인한 미학을 보여줍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 사랑방 궤짝에서 맡았던 그 서늘한 종이 냄새의 기억이 저를 이끌었죠. 저는 이 아름다운 한국의 미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뉴욕 등 해외에 소개하여(실제로 해외에 전시 요청을 받는 상황이다.) 우리 예술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하는 '문화 수출'의 꿈도 꾸고 있습니다.

 

 

 

 

 

Q. 임상심리학자로서 예술이 우리 사회에 줄 수 있는 기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아름답고 예쁜 것을 보면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듭니다.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분들도 압도적인 아름다움 앞에서는 생의 의지를 회복합니다. 상담실에서의 대화가 이성적인 치료라면, 예술은 무의식을 직접 건드리는 정서적 환기 장치입니다. 공무원이나 소방관처럼 평범한 분들이 그림 한 점을 집에 들이고 나서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예술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자존감의 원천입니다.


도시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정적 지원

Q. 현재 지자체나 문화재단의 예술인 지원 정책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 한마디로 '서류를 위한 지원'입니다. 정말 그림만 그리는 진정성 있는 예술가(그림만을 그리는 예술가)들은 복잡한 사업계획서나 정산 서류를 꾸밀 줄 몰라 지원에서 배제되기 일쑤입니다. 반면 서류 작업에 능한 일부 교수나 기획자형 예술가들이 지원금을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예술가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지원책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 가장 확실한 지원은 '작품을 정당한 가격에 사주는 것'입니다. 일회성 창작 지원금을 쥐여주는 것보다, 시립미술관이나 공공기관이 지역 작가의 작품을 의무적으로 매입해 주는 것이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이는 경제적 도움뿐만 아니라 공공이 내 예술을 인정해 줬다는 명예와 자존감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대 미술관 하나 짓는 것보다 동네마다 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작은 미술관'이나 '마을 정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에서 매입한 작품들을 수장고에만 두지 말고 이런 동네 미술관에 순회 전시하여 주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게 해야 합니다.

 


Q. 예술가들의 주거 문제도 심각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과 행정의 역할에 대해 제언 부탁드립니다.

: 예술가는 가난합니다. 이러한 예술가를 지원하는 정책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는데, 이때 지원 기준으로 학력이나 수상 경력이 아니라, '그 동네에서 얼마나 오래 살며 활동했는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행정의 역할도 통제자가 아니라 '조력자'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이 주도해서 "여기를 특구로 만들겠다"고 선포하는 방식은 실패하기 쉽습니다. 선화동처럼 주민과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우리 마을을 문화적으로 가꾸고 싶다"고 할 때, 행정이 제도적 규제를 풀어주고 서류상 절차라든가 행정적 지원을 해 주는 방식이 이상적입니다.

 


인터뷰어: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의 말씀처럼 선화동이 빵 냄새와 예술의 향기로 채워진,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