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제주 기적의 도서관으로 보는 공공건축의 역할

시민기자단_이세영

기적의 도서관 전경

기적의 도서관 전경

공공건축은 2007년에 제정된 「건축기본법」으로 시작되었다. 2009년에 수립된 ‘제1차 국가건축정책기본계획(2010~2014)’에서는 ‘공공건축의 가치 향상’이 주요 정책의 방향으로 수립되었고, ‘제2차 국가건축정책기본계획(2016~2020)’에서는 ‘공공건축 효율화’와 ‘공공건축 프로세서 체계화’ 등이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되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3차 국가건축정책기본계획(2021~2025)’에서는 ‘공공건축 혁신과 도시·건축 통합설계로 국민 생활공간 향상’이 정책 방향으로 수립되어 다양한 추진전략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공공건축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규정은 2014년 6월에 제정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이다. 법에서 정의하는 공공건축은 ‘공공기관이 건축하거나 조성하는 건축물 또는 공간환경’이며, 공공건축의 주체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으로 명명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건물이 모두 공공성을 띠고 있지는 않다. 공공기관이 소유한 시설 중에는 사적시설, 위락시설, 특수 목적시설 등 공공기관의 부속시설로서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설도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사립의 미술관, 도서관 등의 공익시설과 초·중·고·대학교 등의 교육시설은 다양한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공공건축에 포함되지 못해 공공건축의 범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추진하고 있는 공공건축과 공공공간 사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는 ‘공공건축가’ 제도를 운용하여 전문성을 높이고, 충청남도는 ‘공공디자인 센터’를 설립하여 공공건축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의 공공건축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활동은 지역주민의 삶과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로 건축가 정기용(1945~2011)이 있다. 대표적인 공공건축 프로젝트에는 10여 년 동안 지속해서 진행한 무주군의 공공시설, 의료복지시설, 상업시설, 교육문화 시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작은 목욕탕’이 들어선 안성면 주민자치센터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또한 순천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시작으로 진해, 제주, 서귀포, 정읍, 김해에서 진행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등이 있다.

기적의 도서관 열람실

기적의 도서관 열람실

‘기적의 도서관’은 2003년부터 진행된 국내 최초의 어린이 전문 도서관 건립 프로젝트로 건물, 공간, 운영, 프로그램의 표준 모형들이 구현되고, 다양한 콘텐츠와 운영프로그램이 지원되어 크게 주목받았다.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이 MBC ‘느낌표’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된 ‘기적의 도서관’ 사업은 건축, 공간, 가구, 화장실 등 모든 공간과 시설에 어린이의 체격과 행동양식이 반영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도서와 콘텐츠가 마련되었다.

건축가가 참여한 ‘기적의 도서관’은 독특한 형태와 공간이 반영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도서관과 차별성을 가진다. 기존의 도서관은 사각형의 건물에 일정한 크기의 책장과 책상, 의자들이 배치된 조용하고 따분한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기적의 도서관’은 겉모습부터 기존과 다른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내부의 구조와 구성도 다채롭다. 건축가는 도서관이 책을 많이 소장하고 읽기를 강요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의 문화시설이 되기를 희망하며 설계를 진행했다.

여러 도서관 중에서 ‘제주 기적의 도서관’은 건물의 형태와 평면부터 삼각형이다. 역동적인 구성이 어린이 도서관의 활동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를 나타낸다. 외부 행사가 진행되는 잔디마당의 입면은 기둥과 벽이 조형미를 나타낸다. 와플 구조의 열람실 지붕에는 천창이 설치되어 자연의 빛이 들어와 시간마다 다른 그림자를 형성한다. 여러 개로 분리된 작은 실들과 낮은 조도, 아늑한 실내와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마감된 공간에 마련된 작고 낮은 가구들은 아이들의 다양한 행동을 유발한다.

건축가 정기용은 공공건축이 불특정 다수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조금 더 높은 보편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보편성이란 개인이 아닌 다수가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공건축의 높은 가치와 수준을 제시한 것이다.
건축 활동이 건축의 특징적인 구현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안으로써 공공건축에 접근해야 한다고 건축가는 강조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건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질 높은 공공건축은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우리에게 도시와 나라의 비전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