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시재생

동남아시아 국가의 도시재생

배민경_연구원

해외 도시재생 사례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또는 중국과 홍콩,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흔하다. 도시재생은 발전을 넘어 쇠퇴한 도시를 살리고자 하는 것으로 먼저 도시화를 겪은 국가들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도시재생의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 주로 급격한 도시화나 정치적 이슈로 인해 혼란을 겪은 수도를 중심으로 하거나 관광산업으로 원주민이 빠져나간 지역에서 도시재생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계획 및 국제개발로 유면한 싱가포르를 비롯해서 태국의 방콕, 인도네시아, 미얀마에도 지속가능한 도시 공간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다.

태국의 경우에는 방콕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콕의 오래된 강변 마을인 Kadeejeen community는 문화 주도적 도시재생 사례이다. 이 지역은 과거에는 수로로 인한 상업중심지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슬럼화되고 본래의 문화적 가치를 상실하였다. 2008년에 태국의 문화 보존 단체인 ASA가 CKP(Conserving Kadeejeen Project)를 착수하였는데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Kadeejeen의 문화자원을 조사·문서화 하고 매핑하며 문화자원과 커뮤니티 재생을 연관시킨다. 특히 주민들과 학생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3번의 Kadeejeen Art Festival은 Kadeejeen 커뮤니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와 정체성을 부여하였다.

또한 방콕에는 낡은 고가 철도를 공원으로 만든 Phra Pok Klao Sky Park가 있다. 이 공원은 장애인 및 노약자를 고려한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하고 도시의 주요 장소와 공원들을 연결하게 디자인되었다. 이는 버려진 구조물에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녹지공간을 조성한 도시재생 사례로 볼 수 있다.

태국 방콕의 Phra Pok Klao Sky Park

태국 방콕의 Phra Pok Klao Sky Park (출처: Royal Coast Review)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지타운(George Town)이 있는 말레이시아의 작은 도시 페낭은 50년 이상된 저가-노후건축물 재건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하여 보류되었다가 올해 초 재개된 페낭의 첫 번째 도시재생사업이다.
2020년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말레이시아의 골목길 재생 사례가 소개되었다. 지역사회, 학생, NGO단체가 함께한 캉가 스트리트 아트 프로젝트, 조지타운 골목길 재생, 쿠알라룸푸르 건물 외벽 및 골목길 재생 사례로 도심속의 낡고 방치된 공간에 미관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문화적·사회적 재생 사례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골목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골목길 (출처: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국제 웨비나 유튜브)

싱가포르는 도시재생사업의 선진국가 중 하나이다. 그 중 클락키 지역은 매우 유명한 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 강과 접해있는 클락키는 무역중심지로 물류창고가 밀집한 지역이었으나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도시가 낙후하자 도시재생사업이 착수되었다. 역사적인 건축물을 복원하고 수변공간을 조성하였으며, 각종 상업시설을 도입하여 싱가포르에서 가장 활발한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싱가포르의 도시재생이 유명한 이유는 URA(Urban Redevelopment Authority)라는 도시재생 정책을 체계적으로 주도하는 국가 전담기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싱가포르는 국가 전체가 하나의 도시인 도시국가로, 한정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치밀하고 디테일한 도시계획·정책을 수행한다. 초기에는 관 주도 방식의 도시재생을 추진하였지만 최근에는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키는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도 추구하고 있다. URA는 50년이라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미래상을 세우고 세부적인 계획과 방안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피드백하며 전략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URA의 2019 마스터플랜

싱가포르 URA의 2019 마스터플랜 싱가포르 URA의 2019 마스터플랜(출처: URA 홈페이지)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Jacarta)는 정부가 주도하는 ’자카르타 도시재생 2030‘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자카르타는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지반 침하에 의한 침수 피해가 심각한 도시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도 철도 시스템 확장(대중교통 중심의 개발을 통한 대기오염 저하), 부담가능한 주택 공급, 폐수 처리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도시를 재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40%가 빈곤층에 속하는 나라인 미얀마의 이전 수도인 양곤(Yangon)에서는 한 사회혁신가가 도시재생을 주도한다. 미얀마어로 ’우리의 집‘을 의미하는 Doh Eain(도에잉)은 네덜란드 출신인 Emilie Röell(에밀리 뢰엘)에 의해서 세워진 사회적 기업이다. 에밀리는 2017년 군사 통치와 급격한 도시화로 몸살을 앓는 양곤을 위해서 건축 유산을 보존하고, 주거지역을 개선하는 도시재생과 장소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이들은 주거지역의 쓰레기 가득한 골목을 활동적인 정원으로 바꾸어 골목길 개선과 공공 공간을 조성한다. 또한 인근 주민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고 교육 및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민 역량과 커뮤니티 회복력 강화를 도모한다.

Do Eain : Renewing Yangon

Do Eain : Renewing Yangon (출처: Do Eain 홈페이지)

사례를 찾다보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공무원 또는 대학생들이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을 배우기 위하여 한국에 방문했다는 기사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이 주도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도시재생 사업체계를 구축하여 왔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행정적 기반과 주민들의 인식 변화(역량 강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본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는 있지만 선진 사례를 통해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들만의 도시재생을 시작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도시재생 사례는 낯설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의 비교적 가까운 위치, 저렴한 물가, 따뜻한 기후로 인해 미디어 매체나 해외여행을 통해 익숙하게 접해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완화로 인하여 해외여행객이 다시 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도시재생을 염두에 두고 바라본다면 색다른 도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 Kulsrisombat, N. (2012). Inclusive , Culture-led Urban Regeneration : a Case Study of the Kadeejeen Neighborhood , Bangkok.
- City Innovation Case Study Brief : Culture-driven Urban Regeneration a Case Study of the Kadeejeen Neighborhood,
Bangkok ( https://www.weforum.org/agenda/2020/06/bangkok-green-space-park-old-train-line-thailand-climate-change/ )
- On the right track: How Bangkok turned an old unused train line into a park (2020.06.19.) ( https://www.weforum.org/agenda/2020/06/bangkok-green-space-park-old-train-line-thailand-climate-change/ )
- [2020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정원컨퍼런스 국제 웨비나] 사례발표3_말레이시아 골목길재생 사례 ( https://www.youtube.com/watch?v=psWpcXr9lXg )
https://experience.arcgis.com/experience/bd8c465159364e038a5e29d4bcd48423
- Doh Eain ( https://www.doheain.com/en )
- CASE STUDIES IN THE REGENERATION OF HISTORIC URBAN CENTERS: Doh Eain, Yangon, Myanmar, CHIFA
- Royal Coast Review ( https://royalcoastreview.com/2019/05/phra-pok-klao-skypark-to-herald-bangkoks-250th-birth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