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with DSI

공동체와 공간의 힘

염인섭_책임연구위원

배민경 연구원 : 안녕하세요, 염인섭 박사님. 저희 대생人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앞서 정경석 실장님께서 염인섭 박사님을 다음 타자로 추천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박사님께 여쭤보고 싶은 질문들을 몇 가지와 함께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건축, 도시계획, 도시재생 분야에서 여러 활동과 연구를 진행하셔서, 오늘 인터뷰가 매우 기대가 됩니다.

Q1. 가장 먼저,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대전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염인섭 박사 :  사회적 재생, 경제적 재생, 환경적 재생 세 가지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재개발에 먼저 손을 대서 그런지 재생에 대한 개념보다 개발에 좀 더 방점을 둡니다. 부동산 가치 상승에 몰입되어 있고, 지표만 봐도 원래는 30년 이상을 노후 건축물로 봐야 하는데 20년 이상도 노후 건축물로 고려합니다. 어떤 오래된 마을이나 동네에 준공 된지 불과 20년 밖에 되지 않은 신규 건축물을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희망하는 움직임이 있는 걸 보면, 공간의 장소성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많이 무너져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재생은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회복을 위해서 건강하고 활기찬 지역 공동체 형성에 중점을 먼저 둬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맨 앞에 항상 부동산적 가치, 그다음 재건축으로 인한 보기 좋은 건물을 생각합니다. 즉, 환경적 재생과 경제적 재생에만 몰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사회적 재생이 실현되지 않은 채 마을과 동네의 겉모습만 수없이 바뀌어 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싸게 팔고 나가야 하니까요. 그런 곳에 20년마다 새로운 건물과 사람들이 들어와서 그 동네와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결국에는 삶의 질을 살필 수 있는 도시재생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삶의 질이라는 건 저는 사회적 차원의 재생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사회적 네트워크망, 지역 공동체의 형성과 주민들 간의 결속력,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마을과 동네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 등이 이런 것들에 해당합니다. 어떤 마을에서 공동 육아나 돌봄 문제, 쓰레기 처리 또는 환경미화 문제 등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려면 우선 공동체 의식의 형성이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에서는 물리적인 부분부터 건드리기 때문이죠.

염인섭 책임연구위원

Q2. 다음 질문입니다. 박사님께서 여성친화도시와 성별영향분석평가 위원으로 활동하신다고 알고있는데요, 여성친화도시는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요?

염인섭 박사 :  결국에는 이것도 공동체 삶의 질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약자 또는 경제적약자가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가 됐었고, 도시의 주요 공공기반시설도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의 신체적인 특성에 맞춘 계획보다는 건강하고 능력 있는 40/50대 중년의 남성에 맞춰진 시설들이 공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 과정 중에서 가장이 최고고, 우리 아빠가 돈을 잘 벌어야 하고, 그래서 그들이 편해야 하고, 우리나라 발전 과정의 핵심이 다 그랬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여성친화 정책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이 개념이 2009년부터 나왔는데, 그 배경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일자리나 사회적 역할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부분에 있어서 균형을 바로잡고, 교통약자, 사회적약자, 경제적약자, 신체적약자, 기능적약자 등으로 구분되는 수 많은 약자의 입장에서 도시에서 공급해야 하는 각종 서비스 체계를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오해의 여지가 있는데 여성친화 도시에서의 ‘여성’은 사실 여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성, 여성, 어린이, 노인, 사회취약계층 등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성친화도시 정책이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고 모든 사람의 사회적 평등을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3. 여성친화도시는 도시계획 의사결정과정에서 성별 균등을 보장하는 방식이라고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평등을 도시재생으로 구현할 수 있는 물리적·설계적 방법도 있을까요?

염인섭 박사 :  서비스 디자인이 대표적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도시를 개발할 때 개발 용량이나 규모를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세대수를 맞춰 넣는 공급자 위주의 방법을 차용했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은 거기에 사는 공동체들의 어떠한 요구사항을 먼저 면밀히 파악한 뒤에 그 사람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도로를 먼저 구획하고 거기에다가 주거지(아파트 등) 규모에 따라 배치하고, 그 다음에 공원이나 녹지를 배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데 서비스 디자인은 도로나 주거지 설정이 먼저가 아니고 그 지역의 문제점과 요구사항들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나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방안을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경제적 가치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관계망과 해결구조에 맞추어 설계되는 것이라고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이렇듯, 수요자 중심의 설계가 다른 게 아니라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요구사항(needs)에 먼저 반응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냥 주택의 규모 몇 세대, 몇 제곱미터 그리고 최고 층수, 건축에 따른 비용적 이익 등에만 몰입했다는 것입니다.
여성친화 도시에서 주장하는 것은 사실 새롭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지역 공동체 실현을 설계단계에서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6차선 도로에서 신호등을 설계하더라도 보통 40초가 기본이라면 60초로 늘린다든가 하는 것이죠. 그런 것들이 도시계획이나 설계 기법에서 너무 미시적이니까 사실은 뭐가 차별화되겠어? 라고 할 수 있지만,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우범 지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상가 지역을 너무 남성 위주로, 차량 위주로 설계해서 도로변에서 보행자들을 뒷골목으로 밀어내는 과정에서부터 생겨납니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여성이나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런 장소들은 오히려 더 밝고 주거지와 인접하며 보행자의 편의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인데 우리는 차도를 위주로 먼저 계획을 하니까 여성 친화적이지 못한 도시계획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아파트 출입구에서 자동차가 우회전해서 들어갈 때 보통 라운딩 형태로 디자인하여 시공합니다. 그것은 자동차가 속도를 계속 유지한 채로 우회전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디자인이겠죠.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곳을 직각으로 설계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자동차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브레이크를 한번 밟게끔 하는 것이죠. 그러면 자동차들은 속도를 줄이게 되고 횡단보도의 길이는 짧아지게 됩니다. 보행자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설계 방법입니다. 이는 공간적 포용성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공간적 포용성은 모든 공간을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런 것들이 미시적으로 여성 친화적인 도시 설계 기법이고 그것을 도시재생사업에서 활용하면 여성 친화 도시재생이 되는 것입니다.

배민경 연구원 :  그렇다면 도시재생 성별영향평가는 무엇인가요? 대전시도 성별영향평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염인섭 박사 :  도시재생 성별 영향평가는 대전도 자치구별로 다 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모든 기초 지자체가 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정부 차원에서 지침을 만들거나 시범적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에서 하고 있습니다.
성별 영향평가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하나는 법령에 대한 사항, 둘째는 3년 이상의 주기로 수립하는 계획, 세 번째는 공공에서 추진하는 사업, 마지막은 각종 홍보(물)에 관한 사항입니다. 법령, 계획, 사업, 홍보물. 이 네 가지 성별 영향 평가 대상에서 모든 성에 차별화된 부분은 없는지 찾아내는 것입니다. 공원을 만드는 재생 사업에서 여성의 안전이 담보가 필요한 부분이라면 여성의 보행 동선을 먼저 파악해서 그곳이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또는 어떤 재생 사업지역의 여성과 남성의 동선이 겹치는 공간에 범죄 노출 위험이 있다는 통계분석을 기반으로 그 공간을 밝게 한다거나, 후미진 곳이 없게 만들어주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재생의 관점에서는 성별로 가지는 직업적 편견과 같은 것을 제거하여 평등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성별 영향평가로 보시면 됩니다.

Q4. 성인지 관점에서의 도시재생 이야기를 하니 저희 센터에서 진행한 대전역 중앙동 일대 도심 부적격시설 공간기능 전환 연구사업이 떠오릅니다. 이러한 공간을 어떻게 재생해야 할지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염인섭 박사 :  장소에는 시간과 공간이 함께 존재합니다. 그러한 지역에는 성매매를 위한 작은 방들이 있는 공간이 있을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위에 성매매하기 좋은 시간대에 이런 공간이 활기차지는 시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죠. 그 장소의 공간과 시간이 주로 성매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단 말입니다. 그러면 지금 이 공간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지금 이 공간을 재생해서 쓰려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밝히고, 그다음에 그 공간에 어떤 기능이 들어가면 좋을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공동체가 원하는 것이 그 공간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밝은 공간과 상권 활성화하면 그것에 목표를 두고 개선하면 됩니다. 공간 이용자가 누구인지 먼저 설정해 놓고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육하원칙에 따라서 계획하는 것입니다. 이때 한 100명 중의 한 명이라도 어떤 공간은 그래도 상징적으로 남겨놔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그런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유산은 아니지만 전시 공간, 교류 공간과 같이 그것을 기념하거나 기억해야 하는 곳으로 만들어 다크투어리즘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그 공간에 남겨진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치열한 미팅을 통해서 새로운 기능을 짜고 공간을 만드는 것이 결국에는 도시재생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까 처음부터 강조한 게 사회적 재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먼저 하고 그다음에 공간을 바꾸든 안 바꾸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과정을 통해야 진정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장소의 기억과 새로운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염인섭 책임연구위원

Q5. 다음으로는 환경적 도시재생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박사님께서 2021년 열린 대전환경운동연합의 15분 도시 프로젝트 토론회에서 사람 중심 도시계획의 중요성을 언급해주셨습니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 이 또한 공동체와 연관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동체와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도시재생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염인섭 박사 :  15분 도시 프로젝트는 결국 보행 친화적 환경 조성을 말합니다. 이것을 도시재생에서 구현하는 방법은 그저 도시재생 사업지역의 환경 개선 목표를 보행으로 두는 것입니다. 공간 구성의 컨셉을 보행가능한 거리 내에서 뭐든 가능하게 한다고 설정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곳에 교통의 조정이나 보행 동선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치 같은 것을 추가합니다. 어딘가의 가로가 엉망으로 끊어져 있거나 꼭 신호등을 통해서 가야 한다면 녹지공간의 연결성을 확보해서 빠르고 편리하게 갈 수 있게 하면 됩니다.
보행 친화도시는 여성친화도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걷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에 전제는 모든 사람들입니다. 성인 남성, 여성, 노인, 어린이, 장애인 모두입니다. 일반적으로 보행가로를 4m 폭으로 한다면 보행 친화를 위해서 4.5m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어깨 폭이 보통 1.2m라면 아이를 손에 잡고 걸을 때를 생각해서 1.5~1.8m로 두는 것이죠. 몸이 큰사람, 작은 사람 모두를 염두에 둬서 일반적인 기준에 20% 정도를 더 확보하는 것입니다. 일차적으로 그런 것과 함께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그린웨이, 보행 연결성을 디자인하면 됩니다. 도시재생 사업의 컨셉을 그런 것으로 정하고 갈 수도 있고, 조례나 가이드라인에 보행 친화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강제는 아니지만 그렇게 실현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도시재생은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것으로 보면 너무 미시적인 접근입니다. 그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시각에서 도시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도시의 보행 정책을 개선 차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 자체의 색깔을 내려면 법과 규칙을 만들어야 하겠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 조례를 만들어서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 합의가 무척 어렵겠죠, 자유권, 인권 문제에 저촉될 수도 있고, 행정소송의 사유일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그래서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런 것을 시도하고자 할 때 먼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 지역 활성화 지역으로 지정된 곳 중에 도심부 한복판에 있는 구역은 그렇게 시범적인 것을 컨셉으로 가져가는 거죠. 아예 명칭을 보행 친화적인 도시재생 지역으로 만들어 놓으면 여기에 무엇을 넣든 보행 친화를 우선으로 둔 것이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게 소문이 나고, 너무 좋다고들 하면 이제 조례를 만들어도 반발을 안 할 것입니다. 오히려 타지역에서 배우러 오겠죠?

이것은 사업을 계획하고 시작할 때의 이야기이고, 그 후에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힙니다. 수원시 행당동에 보행 친화 프로젝트가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차를 멀리 주차해놓고, 주거지까지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럼 보행로가 잘 되어있고, 아이들, 사람들이 삼삼오오 교류하고 나름의 사회적 재생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스멀스멀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집 가까이 못 가져가니 불편한 것이죠. 무거운 짐이 있을 경우를 위해 리어카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카셰어링 같은 것도 도입했습니다. 근데 이게 과연 좋은 방법인지는 같이 여러번 논의를 해야 해요. 무조건 보행만 좋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이상이 동의하면 그럼 보행 친화 도시를 만들 수는 있겠죠. 왜냐하면 내가 감수할 거니까. 여기 사는 사람들이 나름의 공동체 규약 같은 걸 만들 수가 있죠. 그런데 그 90% 주민들의 대부분이 집을 팔고 다 나간다면? 그럼 공동체 규약은 그날부로 무너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매년 반상회나 커뮤니티 미팅이 왜 필요하냐면 그런 것들입니다. 이렇게 공동체는 유동적이고, 이것에 대응하려면 우리들이 공동체에서 한 약속을 계속 지켜야 하고, 다들 그럴 것이라는 신뢰도 쌓아야 합니다.
아주 유명한 사례로 성미산 공동체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특히 육아 공동체가 잘되어있습니다. 요즘에 육아를 함부로 맡기기 어렵죠. 하지만 공동체가 건강하면 맡길 수 있습니다. 조직 운영 대표들이 건강하니까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가 운영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성미산 공동체에서는 성인식을 같이 합니다. 그 마을에 만 18살 되는 친구가 있으면 같이 축하해 줍니다. 주민들이 다 모여서 성인식을 진행하는데, 네가 이제 성인이 되어 앞으로 힘들겠지만, 우리가 축복해 줄게. 그러면 그 친구들이 밖에 나가서 살아도 성미산을 계속 응원해 주고, 그 공동체의 역할을 어디선가 이어 나갈 인적 자원이 되는 거겠죠.

성미산 마을

출처 : 성미산 마을 공동체 (https://sungmisan.org/)

그러니까 공동의 이익에 우선하는 공동체가 튼튼하면 무조건 도시재생 사업은 성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사업은 50억이 아니라 5억만 줘도, 10분의 1만 줘도 성공할 수 있죠. 성미산 에너지 공동체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자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각각의 옥상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고, 그 에너지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나눠줍니다. 그러니까 기본 공동체 형성이 잘 되어있으면 그 앞에 육아 공동체, 에너지 공동체 등등 앞에 뭐가 붙던지 잘 진행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조례나 가이드라인이나 법령도 중요하지만,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가이드라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공동체 규약이거든요. 그것만 잘 유지되면 재생 사업이든 어떤 사업이든 변화든 다 대처할 수 있습니다.

Q6. 어떤 도시재생이던지 공동체가 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전 도시재생 지역에서 그러한 공동체의 형성이 잘되어있거나 아니면 아쉬운 곳이 있을까요?

염인섭 박사 :  대전 원도심 중구와 동구를 잇는다는 커플 브리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원도심의 발전과 추억을 되살리고자 30억의 예산을 투입해서 만들었습니다. 대전천을 지나는 보도전용 보행 공간이자 다리입니다. 만약에 그 양쪽 지점의 공간적 흐름상 다리가 필요했다면 커플 브리지 아니어도 그냥 다리만 놓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커플 브리지는 여성 친화적으로도, 보행 친화적으로도, 도시 재생적으로도 다소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브리지의 입구는 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완만한 슬로프도 없습니다. 그럼 결국 여기에는 건장한 남성이나 여성을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이들에게도 부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닙니다. 그러면 거기에 가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냐면 그냥 경치 보고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십니다. 또한 시각적으로 차단되는 부분도 있어서 각종 오물이나 쓰레기도 남몰래 버리고 가기도 합니다. 또 주변의 상권과의 연계를 봤을 때도 과연 이 시설이 공간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건지, 상업시설의 허브 역할을 하는 건지, 그냥 동선의 역할을 하는 건지, 여기 체류하면서 뭔가 교류를 하라는 건지, 주변 경관을 관람하라는 것인지(그 정도 뷰는 양쪽 강가 벤치에 앉아도 보이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브리지일까요. 조성 목적과 기능이 잘 부합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보행교로도, 포토존으로도,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어떤 기능에도 다소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커플 브리지

출처 : 대전시청 홈페이지

왜 이런 것이 만들어졌을까요? 시간을 정부에서 많이 안 준 거예요. 주변 상권과 치열하게 논쟁하고 시민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럴 시간이 부족했던 거죠. 불과 1년 안에 뭔가 가시적인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결국에는 사람도 공간도 재생시키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결국, 대규모 공공기반시설을 비롯하여 작은 벤치라도 해당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치열한 논의과정이 없으면 재생은 무조건 실패하는 거예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즉, 예산을 지원하는 집행기관에서도 시간을 너무 적게 주고 성과만 내에만 급급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얼마나 정도인지만 생각하죠. 아무리 디자인이 좋더라도 사회적 차원의 사람들의 합의가 안 된 채 인프라가 건설될 경우 무조건 나중에는 흉물이 됩니다. 외국도 좋은 사례가 되는 시설들은 공동체의 지속적인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관리가 잘 되는 것입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오줌 싸는 아이 동상이 있습니다. 그냥 동상이라서 명물이 된 게 아니라 동전을 분수에 던지죠. 근데 그것만 해서 된 게 아니에요. 오줌싸개 동상에다가 갑자기 옷을 입히기도 하는 스페셜 데이가 있습니다. 국가적 기념일이나 이슈가 있을 때 전통 옷, 유니폼 등을 입히기도 합니다. 커플 브리지도 인프라는 아쉬운 현재지만 어떻게 기능을 도입하고, 프로그램을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 칠을 하거나, 어떤 때에는 진짜 커플을 불러들이는 이벤트를 한다든지, 스탬프 투어를 한다든지 이렇게 프로그램을 엮을 수도 있겠죠. 너무 브릿지에만 몰입하지 말고 왜 ‘커플’브릿지인지 어떻게 그 이름에 걸맞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 주변의 공동체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들의 공모를 받고 끊임없이 논의하는 과정을 해야겠죠.
어떤 것을 짓고 나서 남겨진 일은 그 지역 공동체가 이거를 가지고 지지고 볶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커플 브리지 기본 계획에도 그런 것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심각하게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그 커플 브리지를 철거할 것이 아니라면 다시 수선하거나 개선하는 방법을 지금이라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일단 남겨져 있잖아요. 정부가 투자해서 얼마를 줬든 그럼 지금 상황에서 이 구조체로 뭔가를 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사회 공동체 어떤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커플 브리지가 흉물도, 세금 낭비도 아닌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물어보는 거예요.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어보는 거죠.
여담이지만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 웹진에서 이런 걸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커플 브리지가 무엇이 문제고 대안은 없는지 누구나 통감하는 문제니까요. 도시재생 웹진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모두가 공감한다면 이제 해결해야겠죠.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오픈 커뮤니티로서 한 발 더 다가가는 거죠.

염인섭 책임연구위원

Q7. 마지막으로 대전 도시재생에 하고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요?

염인섭 박사 :  저는 도시재생 사업을 하나의 이벤트처럼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도시재생 사업하면서 ALL NEW 하길 원해요. 리모델링은 좋은데 뭐든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존에 있는 시설을 일단 재활용 계획을 먼저 세우고, 그다음에 부족한 게 있으면 지원해 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공간을 바꾸려면 이 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시간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옛날이야기들부터 앞으로 미래에 펼쳐진 이야기까지 잘 담아내는 게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 마을 공동체와 이를 지원하는 행정조직입니다. 이들을 잘 활용하셔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동사무소에 방문해서 물어보면 그 행정동마다 주민조직들이 있습니다. 그 대표는 통장들일 수도 있고, 주민 자치 조직, 사회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런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분들이 지역 가장 말단의 기초적인 조직이고 그들의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것이 최우선입니다. 이권을 가진 집단을 먼저 우선하니까 도시재생 대상지가 결정되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합니다. 그분들은 이미 나름 조사한 것도 있고 누가 독거노인인지 누가 어떻게 사는지 다 알고 있어요. 근데 우리는 무슨 용역업체를 선정해서 다시 현황 조사를 하잖아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 조직을 활용하고, 같이 협업 하고, 시와 같은 행정조직은 주민들이 진짜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게 자율성을 줘야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동네에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진짜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8. 마지막 마무리로 공식적인 질문 드리겠습니다. 저희 릴레이 인터뷰 with DSI는 지목형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박사님께서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지목하고자 하시는분은 누구신가요?

염인섭 박사 :  지속 가능 연구실 문충만 박사를 추천합니다. 문충만 박사에게는 기후 변화·위기에 대응한 도시재생 공동체에 관한 질문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까 말씀하신 보행 친화, 에너지 절감 등에 대한 부분에 조금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