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남혜경
순천역 주변은 전형적인 역전 구시가지로 건물 노후화에 인구 감소까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나마 KTX 역으로 인해 유동 인구는 유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번성했던 중심 상권은 현격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책방심터, 밀림슈퍼, 유익한상점 등 순천 역전길 일대는 도시재생을 만나 쇠퇴가 아니라 번성의 길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책방심다 외관과 내부
1978년 전남 순천시 조곡동 151-38에 2층 건물이 들어섭니다. 이곳은 오랜 시간 동안 순천역에서 근무하던 철도노동자들이 장기 숙박을 하던 여인숙이었습니다. 여인숙은 철도산업의 변천과 시설 노후로 인해 그 수요가 점차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을 종료하게 됐습니다.
2016년 2월 순천역 인근에 문을 연 책방심다는 2019년 이전을 준비하던 중 이 건물을 발견하였고, 오래된 여인숙은 도시재생을 통하여 서점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책방심다는 단순한 서점을 넘어 독립서점을 지향합니다. 대형서점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손글씨로 적혀 있는 추천 글귀는 책방심다의 매력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독립출판물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녹아있는 잡화를 판매해 지역 경제를 도모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북 토크 콘서트와 글쓰기 강연과 같은 이벤트는 지역 독립서점의 경쟁력을 보여주며,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을 통해 소통도 놓치지 않습니다.
밀림슈퍼 외관과 내부
허름한 건물에 슈퍼라고 적혀 있는 커다란 간판을 보면, 누구나 동네에 있는 작은 가게로 여길 것입니다. 오래된 공중전화에 색바랜 광고 포스터, 밀거나 당기지 않고 옆으로 열어야 하는 미닫이문은 마을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노부부가 운영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름은 밀림슈퍼이지만, 사실 이곳은 슈퍼가 아니라 카페입니다. 커피집이라고 적힌 나무 간판이 힌트인데, 이를 찾아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은 진가는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타납니다.
밀림슈퍼 건물은 원래 1층은 슈퍼, 2층은 다방이었는데, 도시재생을 만나 레트로 스타일의 카페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사람들의 착각을 부르는 낡은 느낌의 외관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밀림슈퍼
슈퍼와 가정집이 있던 1층은 음료를 만들고 주문하는 넓은 공간으로, 안쪽 방은 4개 구역으로 나눠 각각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1층과 달리 다방이었던 2층은 널찍한 공간에 커다란 자개장이 시선을 빼앗습니다. 레트로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말 대신 밀림슈퍼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유익한상점 외관과 내부
유익한상점은 유익한 가치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잡화점입니다. 공정무역과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하는 상점으로 2016년에 숍인숍 형태로 문을 열었습니다. 2018년 단독 잡화점으로 확장하면서 오래된 한옥을 찾아냈고, 도시재생을 통해 유익한상점으로 거듭났습니다.
유익한상점에서 제리백을 사면 우간다 아이들이 더욱 쉽게 많은 물을 길어 먹을 수 있으며, 커피를 사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노동자들의 휴식이 보장됩니다.
똥은 더럽다. 누구나 같은 생각이 아닐까요?. 하지만 코끼리 똥은 더 이상 더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종이를 만드는 귀한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코끼리는 하루에 최소 50kg 정도의 똥을 쌉니다. 버리기에 급급했단 똥에 섬유질이 풍부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깨끗하게 말리고, 씻고, 열을 가해 세균을 제거한 후 압축하니 그 어디에도 없는 코끼리 똥 종이가 탄생했습니다.
유익한상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역 브랜드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습니다. 순천 어린이들의 그림을 달력이나 엽서의 디자인에 활용하거나 인형의 형태로 제작하고, 수익금은 전액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합니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브루웍스와 청춘창고에 이어 책방심다, 밀림슈퍼, 유익한상점은 순천 역세권 도시재생 성공사례입니다. 곡물창고, 여인숙, 동네슈퍼 그리고 허름한 한옥까지 오래됨은 옛말, 이제는 낡음의 미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