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고혜정
여수는 남해안 중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경상남도 남해군과 서쪽으로는 전라남도 고흥군과 바다를 사이로 마주 봅니다. 북쪽은 순천시와 접하고 남쪽은 남해로 열려있습니다. 해안선 길이만 905.87㎞로 연륙도 3개, 유인도 46개, 무인도 268개의 부속도서가 아름다운 쪽빛 바다 위에 보석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섬하면 오동도를 첫 번째로 꼽게 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오동잎을 닮았다 하여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섬 전체에 3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빼곡하여 겨울부터 봄까지는 레드카펫 같은 길이 먼 길을 달려온 여행객에게 발그레한 꽃길을 선사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당당히 올랐습니다. 여수 중심가에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데 768m의 방파제 길이 육지와 연결돼 있어 동백열차를 이용하거나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1년 365일 언제나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남해안 끝자락에 자리한 금오도는 비렁길로 유명합니다. 비렁은 벼랑 혹은 절벽이라는 뜻의 여수 방언입니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우뚝 선 절벽 위에 18.5km의 벼랑길 탐방로가 조성돼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반짝이는 다도해 풍광을 감상하며 트레킹할 수 있습니다. 섬 지형이 자라를 닮아 큰 자라라는 뜻의 금오도가 되었다는 이 섬은 천혜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하루 2번 뱃길로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진섬 주민들이 남긴 기념조형물
하지만 장도는 다릅니다. 육지와 연결된 석축교가 있어 배를 탈 일은 없지만 도보 여행자에게 쉽게 길을 내주지도 않습니다. 하루하루 다른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바닷물이 물러가고 진섬다리가 다시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뚫고 태양계 너머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지금도 바다가 허락해야 입장할 수 있다니, 자연의 경이로움에 한없이 겸손해집니다.
뭍에서 장도를 잇는 석축교를 진섬다리라 부릅니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듯 장도(長島)라는 이름은 섬 모양이 남북으로 길다고 하여 ‘진섬’이란 불렸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랫동안 무인도였지만 1930년대 초 정채민 씨 일가가 입도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80여 년간 이 손바닥만 한 섬에서 농사를 짓고 꼬막, 바지락, 소라를 잡아 가족을 부양했다고 합니다.
이곳이 ‘예술의 섬 장도’로 거듭난 건 한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사업 덕분입니다. 지리적 여건 때문에 수도권 시민보다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던 여수에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울마루’를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섬다리를 사이에 두고 망마산과 진섬 일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장장 7년, 드디어 2019년에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장도 둘레길
장도 여행은 진섬다리에서 시작합니다. 마스크를 쓴 거인 형상의 조형물과 느림의 미학을 상기시키는 달팽이 조형물이 가장 먼저 맞아줍니다. 진섬다리의 길이는 300m 정도 됩니다.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나 킥보드도 드나들 수 없습니다. 예전에 하루 2번 열리는 물때에 맞춰 육지와 섬을 오갔던 진섬 주민들의 삶을 되새기고자 새 진섬다리 역시 잠수교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은 물빛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평선 따라 늘어선 요트를 감상하는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도보 여행길입니다.
장도는 완만한 구릉 형태의 섬입니다. 해안 길 따라 걷다 보면 예술가들을 위한 4개의 창작스튜디오, 장도전시관과 다도해정원, 전망대 등을 거치게 됩니다. 창작스튜디오는 예술인의 작업 및 휴게 공간입니다. 대전의 테미창작센터처럼 예술인들에게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합니다. 장도전시관은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교육,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카페에서 피아노 공연이 펼쳐져 관람객들에게 깜짝 선물을 선사했습니다.
창작스튜디오 입주 예술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망대
장도전시관의 북쪽 출입구는 다도해정원으로 이어집니다. 이 지역의 자생 나무와 야생 화초가 아름답게 식재되어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공간입니다. 장도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전망대입니다.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창작스튜디오 입주 예술인의 작품이 설치돼 있어 멋진 포토존이 됩니다.
장도 관람 동선은 난이도와 길이에 따라 3개의 코스로 나뉩니다. 보행 약자를 배려하여 완만하고 편안하게 조성돼 있답니다. 우물쉼터를 고스란히 남겨놓아 이곳에서 나고 자랐던 옛 진섬 주민들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자연이 주는 힐링과 예술이 주는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장도. 그 뒤에는 지역주민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통 크게 매입한 지자체가 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노력과 자본을 들인 기업이 있습니다. 우리 대전에도 기업이 후원하는 축구단과 야구장이 있고, 소제동 일대를 예술벨트로 꾸며놓았습니다. 자연 속 지붕 없는 미술관’이 된 장도처럼 지역주민에게는 일상적인 쉼터로,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는 명소로 사랑받는 공간이 대전에도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