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with DSI
정경석_혁신공간연구실장
배민경 연구원 : 안녕하세요, 정경석 박사님. 우선 오늘 대생人안녕하세요, 정경석 박사님. 우선 오늘 대생人 인터뷰를 위하여 소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박사님께서는 대전의 도시재생 전문가 중 빼놓을 수 없는 분이시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1. 먼저, 진부할 수 있지만 어찌보면 그만큼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도시재생 실무전문가 및 연구자이신 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정경석 박사 :
저는 도시재생을 잘 숙성된 와인 또는 발효가 잘된 전통주를 만드는 과정으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좋은 술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숙성의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물론 우리 대전시만의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가장 큰 고질적 문제점 중 하나가 구두상으로는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이 돼야 한다’라고 하지만 정작 주민 주도 방식으로 진행할 때 행정이 충분히 기다려주지 못한다는 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주민 주도 방식의 도시재생은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고 실질적으로는 자치구 또는 시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국내 도시재생 사업추진에 있어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주민자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많은 부분들이 아직도 중앙 정부 주도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방자치제가 운영되려면 재정 예산에 대한 자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명분하에 지자체들간의 공모 경쟁 방식으로 예산을 내려주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재생 사업은 다년도 사업입니다. 때문에 도시재생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 입장에서는 내년도 예산을 기재부로부터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올해 투입됐던 예산 대비 사업 성과를 증빙해 보여야 되며, 그러다 보니 국토부는 지자체들에게 성과를 강요하게 되고, 지자체는 주민간의 의견수렴과 합의 과정을 충분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행정주도의 집행 방식으로 좀 더 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노출했다고 봅니다.
주민들 스스로 기획을 하고 상호 교류적 학습과 협력과정을 통해 문제해결 역량의 증진과 해법을 도출해 나갈 수 있도록 행정이 지원해 주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들은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도시재생 정책추진의 목적성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민경 연구원 :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이, 왜 우리나라만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걸까요?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재생은 이러한 문제가 없는 걸까요?
정경석 박사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충분한 숙성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서는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고 그 속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과 견해를 갖는 이해관계자들간에 치열한 논쟁과 갈등상황이 유발될 수도 있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다 보면, 서로가 타협할 수 있는 접점이 찾아지게 되고, 이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거죠.
국내의 도시재생과 국외의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비교해 보면, 가장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것이 바로 숙의 민주주의와 숙의 거버넌스에 대한 경험 축적과 학습 기회의 차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특정 집단이 가치를 서로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 실현을 위해 행동하고자 할 때,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과정과 절차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숙의 과정은 목적의 정당성 부여뿐 아니라,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과다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데도 매우 효과적인 기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시민의식의 성숙 기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어떤 문제를 의제화 하고, 상충되는 의견들을 조율하면서, 갈등을 봉합해 가는 등의 공론화 과정과 민관 소통 및 협치등과 같은 경험의 축적과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유럽과 미국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민주화 과정이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사회적으로 충분한 신뢰 관계망이 형성되었고, 뿌리 깊은 민관 협치 문화가 상존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협치의 문화 속에서 많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참여 방식의 문제해결 능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고, 주민들 간에 충분한 상호 교류적인 학습 시간과 경험이 쌓였을 거라는 거죠. 그래서 도시재생과 같은 참여 기반의 도시계획을 했을 때 근본적 차이는 거기에 있었다고 봅니다. 주민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직접 참여하는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 집행에 있어서의 책임성입니다. 그것은 결국 투명성이고, 그 투명성이라는 것은 결국 신뢰성과 직결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도시재생지원센터나 이러한 중간지원 조직을 통해서 예산을 집행 할 때 늘 행정의 간섭이 심하죠.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일일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또 예산을 집행하는 부분에서도 제약 사항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제약 사항들이 왜 많을까요?
배민경 연구원 : 신뢰가 없기 때문인가요?
정경석 박사 :
네 그렇죠, 신뢰가 없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없기 때문에 계속 행정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또, 주민들이 예산을 쓰는 데 있어서 그걸 투명하게 예산 집행을 하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일부 주민들은 예산을 불법적으로 집행을 하고, 잘못된 부분들을 당연하게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선진국들은 그런 부분들에서 충분한 경험과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행정과 주민 간의 신뢰와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예산을 집행하는 데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의 재량권과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중간지원조직들은 자체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을 기부나 자체 수익 모델을 통해서 사업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중간지원조직들은 단순하게 행정과 주민 간에 교두보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의 구성원들은 그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경험을 쌓은 다음에 스핀오프(spin-off)하여 새로운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과 같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결성 합니다. 그 안에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마을 경제 활동의 주체자로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좋은 인력들이 배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사람들이 중간지원조직에서의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마을 조직으로 흡수가 되고, 그 속에서 다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이 만들어지며, 그걸 통해서 주민들은 자율과 자립적인 지역 공동체 활동들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일단 중간지원조직들 자체가 행정에서 예산을 받아 그대로 위에서 기획한 사업대로 예산을 뿌리고 컨설팅해주는 업무로 대부분 한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중간지원조직의 구성원들만이 아닌 지역 주민이나 단체들도 스스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서 자립적으로 활동을 해나가기 보다 공공재원이나 행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 내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관-기생적인 마을 단체나 공동체만 계속 양산이 되고, 공적 재원이 끊기는 순간 그 조직의 활동은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지금의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민간 위탁 업무에만 도시재생지원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국한 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한편,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독자적인 사업을 발굴해내고, 실제적으로 필요한 예산들도 기금이나 크라우드 펀딩 같은 다양한 금융 기법의 도입을 통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려야 만이 국내 중간지원조직들도 행정과의 관계맺음에 있어서도 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동등한 협력적 동반자로서 자율성과 자족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속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훈련받은 구성원들이 배출되어 마을의 주요한 활동이나 사회적 기업의 CEO로서 역할을 한다면 결국 공동체뿐만이 아니라 도시재생 사업 그리고 마을단위의 선순환 경제구조 확립 측면에서도 그 분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것이 사회적 경제 조직과 지역 공동체, 도시재생이 융합된 완전체로서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국내 현실은 사회적 경제 조직은 사회적 경제 조직대로 따로 육성 및 지원 발굴하고 공동체 사업은 공동체 사업대로 따로,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재생 사업대로 따로 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사회적 경제 조직은 마을 공동체에서 진화한 형태여야 합니다. 즉 공동체 활동과 같은 경험 없이는 사회적 경제 조직, 사회적 협동조합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적 경제 조직을 단순하게 전통적인 경제 체계의 대안적인 모델로서 사회적 경제 조직만을 논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공헌하고, 착근 할지, 그 비즈니스 모델 속에서 지역 주민들과 어떻게 공생하고 상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꾸로 말하면 공동체에 속하신 분들은 공적 재원을 받아서 뭔가 열심히 활동들을 하시는데, 공적 재원의 뒷받침 하에서만 활동하려 하실 뿐, 자금이 확보되지 못하면, 사람 및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그러한 단체들을 묶어줄 수 있는 틀이 도시재생입니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공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사람들의 경제적 활동과 문화적인 유대를 강화시켜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들이 보통 병행되게 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관료주의의 한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각 부서별로 칸막이식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지요. 도시재생은 도시주택국의 도시재생과에서, 문화예술활동 지원은 문화체육관광국의 문화예술정책과에서, 공동체 지원 및 사회적 경제 조직은 시민공동체국의 지역공동체과와 사회적경제과 및 각 자치구 등에서 지원하고 관리합니다. 더 위로 간다면 도시재생은 국토부, 사회적 경제 조직은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 문화예술진흥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동체 사업은 행안부의 통제를 각각 받습니다. 정부 부처 간에도 서로 협업·협치가 잘 안 되는데 그 하단의 지자체들에게는 협업·협치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죠.
Q2. 방금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진단해 주신다면요?
정경석 박사 :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는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일반근린형 등 여러 가지 도시재생 유형들이 있습니다. 그 중 경제기반형과 중심시가지형의 주된 목적은 주거지 재생이 아닌 중심상권의 회복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소위 마중물 사업과 같이 지역의 중심성을 되살리고자 하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그것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예산이 투입 되었는가를 본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중심시가지형과 경제기반형 사업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민간자본의 유입이 중요합니다. 공적 재원을 통해서 마중물 사업을 추진하는 주된 목적이 도시재생의 물꼬를 트는 첫 단추를 꿰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다음에 해야될 일들은 거기에 투자 매력을 느끼는 민간 사업자들의 민간자본 투입을 통해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새로운 사업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대전시를 포함하여 많은 특·광역시도에서 추진했던 경제기반형 사업들이 과연 성공적이었는가를 되돌아봤을 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저는 평가해 보고 싶습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주거지 재생입니다. 근린 재생에 있어서의 핵심적 가치는 노후화된 주거지를 어떻게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정주 환경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입니다. 물론 공공 공간에 대한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거지 재생의 핵심은 쇠퇴하고 노후화된 주거지를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정주 환경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주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노후화된 주거지를 정비하고 재생하기 위해 굳이 공적 재원을 태워서 가져가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주 환경은 사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정주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공공 재원은 공공 공간의 질을 높여주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합커뮤니티시설과 같은 공동시설을 확충해 주는데 투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얼핏 보면 매우 타당한 것처럼 보여집니다. 문제는 주민들 자력으로 정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이나 프로그램들이 충분히 제공 및 지원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도시재생사업에 의한 정주환경 정비를 위해서는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선 지정 받아야 하고, 그 전제조건은 기존의 도시 및 주거지 정비를 위한 정비사업구역이나 촉진사업지구 등과 중복해서 지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정비사업과 도시재생사업 둘 다 공적 재원이 투입되므로 사업구역이 겹쳐버리면 예산의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가 초래된다는 논리입니다. 그것이 예산 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으나 실제 정책효과를 생각한다면 정비사업과 도시재생 사업은 함께 가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비사업, 보통 재개발, 재건축 사업 같은 경우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서 조합을 결성해 추진하는데, 준공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립니다. 그러다 보니 그것보다 조금 사업을 단축해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하여 적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예를 들어 가로주택 정비사업이나 자율주택 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 사업들이 대안적인 모델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을 도시정비법을 통해 시행하려다 보니 기존 정비사업과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 되어, 빈집 정비와 소규모 정비사업을 별도로 다루는 소규모주택 정비법(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은 낙후된 주거지 재생을 위해서는 기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사업과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도시재생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는데, 이 사업들이 개별법에 의해서 따로따로 추진되고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각 사업들이 독자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예산은 예산대로 투입되면서 지역의 정주 환경을 통합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하는 매우 큰 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Q3. 그렇다면 방금 말씀해주신 문제점에 기반해서 앞으로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 지향점은 무엇일까요?
정경석 박사 :
궁극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가야 할 방향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사업과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 그리고 도시재생 사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의 융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 도정법과 소규모 주택정비법, 도시재생법을 통폐합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방안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런 방법이 현실적으로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단지 또는 슈퍼블록 형태의 주거 정비가 필요한 지역은 도정법을 통해서 도정 사업으로 가되,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현재의 민간주도방식이 아닌 공공주도 방식으로 전환하여 추진함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의 경우,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들은 체계적으로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고, 공공기여 및 기부채납 등을 통해서 개발 이익을 공공으로 환수 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반해,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의 경우, 토지 소유자들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 개발밀도나 높이 등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게 되면, 영세한 규모로 인해 별도의 공공기여나 기부채납 없이 개발 이익은 그대로 토지 소유자들에게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즉 공적 재원의 사유화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그래서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오히려 공영 개발 방식이 좀 더 바람직 하다고 봅니다.
공영개발을 통해 추가적으로 확보 가능한 계획 이득을 필요한 기반시설 확충에 활용하고, 주변 지역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하게 된다면,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도시재생 사업과의 결합을 통해 정주 환경의 개선이라는 목적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주거지 재생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배민경 연구원 : 지금도 예비 사업과 같은 이름으로 시행되는 소규모 재생사업들이 있는데요, 그 사업들과는 재원의 순환 등에서 다른 개념일까요?
정경석 박사 :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래는 지금 그 방향으로 가려고는 하고 있죠. 소규모 정비사업 쪽에 LH라든지 도시공사가 참여하는 공공주도형 또는 공공지원형의 소규모주택 정비 사업 등의 대안이 3080+ 정책으로 이미 발표된 바 있기도 합니다.
전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되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신 정부가 출범하게 되었고, 신 정부의 기조는 부동산 또는 도시재생에 있어 지나친 공공의 개입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신 정부의 입장에서는 민간주도 방식의 주택 공급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또 한 가지 전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공공지원형같은 소규모주택 정비사업들 역시 수익성 있는 사업은 아니기에 실제로 LH나 도시공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 영역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공공지원형 또는 공공주도형의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익성을 보장해 주되, 창출된 수익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으로 재투자 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규제완화 조치가 더 필요하리라 봅니다.
배민경 연구원 : 말씀을 듣다보니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매우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당한 기간과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진행한 사업이다보니 여러 방면에서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박사님이 생각하시기에 그래도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장점 혹은 잘한점도 말씀해주실 것이 있으실까요?
7월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