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with DSI

기후변화 대응과 도시재생

문충만_책임연구위원

배민경 연구원 :  안녕하세요, 문충만 박사님. 저희 도시재생 릴레이 인터뷰 요청을 수락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8월호에 인터뷰하신 염인섭 박사님께서 문충만 박사님을 추천해주셨습니다. 박사님께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저감, 폐기물 자원 순환 연구 전문가셔서, 도시재생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문충만 박사 :  반갑습니다. 먼저 인터뷰를 요청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도시재생 분야의 직접적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가 연구하는 환경적 개념들이 분명 도시재생에도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배민경 연구원 :  네 감사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말은 나름 익숙하게 느껴지는데요, 먼저 도시재생을 논하기 전에 우리 대전시의 기후변화 대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Q1.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을 위해서 대전시의 정책 또는 문제점 등 우리 시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요?

문충만 박사 :  대전시는 그동안 탄소·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이행,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사업 등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업들을 해왔습니다. 작년 2021년 5월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탄소 중립’을 위해서 선언했습니다. 우리 대전시도 당연히 함께했고 이에 따른 기본 계획은 올해 3월에 발표했습니다. 또한 2019년부터 시행된 「대전광역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조례」에 이어서 「대전광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 조례」가 2022년 8월 12일 제정되었습니다. 대전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사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 자체도 대두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지자체가 시작하는 단계여서 앞으로 어떻게 잘 해나갈지는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전시만이 가지는 문제점은 아니지만 이런 정책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 온실가스 배출 관련해서는 실태 관리가 지자체별로 정확하지 못합니다.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탄소를 배출하는지 현재 국가 차원의 자료만 나오고 있어 세세한 지역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배출량을 산정하기도 어렵기도 하고 우리가 어떠한 환경사업을 했을 때 여기서 얼마만큼 탄소 배출량이 감축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을 시행하고도 효과를 측정하기가 힘든 것이죠.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앞으로 대전시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배민경 연구원 : 탄소 중립, 기후변화 대응와 적응의 개념에 대해서 먼저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탄소 중립은 어떤 의미이고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은 어떻게 다른가요?

탄소중립 개념도

[탄소중립 개념도]
(출처: 대전광역시, https://www.daejeon.go.kr/drh/DrhContentsHtmlView.do?menuSeq=6650 )

문충만 박사 :  탄소 중립이라는 건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0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완전히 탄소 배출을 0으로 하자는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노력해서 탄소 배출량을 100으로 줄였다면 산림이나 녹지공간 조성으로 탄소 흡수량도 100으로 만들어 상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만나 0이 되고, 그것을 중립상태로 보는 것이죠.
기후변화 대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말씀하신 탄소 중립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임으로써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형태입니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기온도 상승하고 기후변화가 더 심각해질 텐데,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그런 급격한 변화를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 ‘대응(완화)’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쨌든 이미 배출한 탄소가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오고 있고 계속 올 것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까 고민하는 것이 기후변화 ‘적응’입니다. 이번에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서 도심에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 비가 많이 올 것을 예측하고 철저한 배수 계획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 기후변화 적응, 탄소 저감을 통해서 지구 온난화 현상을 완화하고 그러한 이상 기후 현상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 대책이 됩니다.

Q2.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대응·적응하기 위한 도시재생 전략은 무엇일까요? 기후변화 문제를 도시재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문충만 박사 :  탄소 중립 같은 경우에는 흔히 얘기하는 신재생 에너지 도입이 될 수가 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에서 거점 시설을 지을 때 태양광 에너지 기술을 도입해서 제로에너지 빌딩*을 추구한다거나, 그린 리모델링**을 하여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재생’이 목표이니 새로운 커뮤니티 시설을 지어주는 것보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기존 건물을 그린 리모델링해주는 것이죠. 탄소 중립에서 지자체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에너지를 효율적인 측면으로 소비하는 것입니다. 에너지, 자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도시를 재건축한다든지 설계하는 것들이 도시재생 전략과 맞물리면 탄소저감을 고려한 친환경적 도시재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기후변화 적응 쪽에서는 도시의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녹지공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건물 자체를 덜 덥게 만들어 폭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거나, 비가 많이 왔을 때는 배관 배수 구조에서 지면 흡수율을 높이는 설계 방식을 추가해서 홍수 피해를 완화하는 계획을 하는 것이 적응 대책이 되겠죠. 이런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도시재생이 재개발, 신도시 건설과는 다르게 있는 자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환경적으로 훨씬 더 좋은 방법인 것은 확실하다고 봅니다.

*제로에너지 빌딩 : 생산에너지와 사용에너지의 합이 0이 되는 건축물(Net Zero)이나 현재의 기술수준 ·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정책적으로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90% 감축)하는 건축물을 제로에너지빌딩이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411888&cid=42094&categoryId=42094)
*그린 리모델링 : 단열성능 향상, 창호 교체 등을 통해 노후 건물 냉난방 성능을 향상시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67504&cid=50305&categoryId=50305)

하나의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환경부의 기후변화 취약지역 지원 사업과 연계해서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도시재생과 기후변화를 연계했다는 거의 첫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택의 옥상과 쿨루프 처리를 해서 차열 효과를 유도하고, 보행자를 위하여 도로에 쿨페이브먼트 시공을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는 전통시장에 쿨링 포그를 설치하여 전통시장의 활성화, 도시 온도 및 미세먼지 저감을 기대하였습니다. 이는 기후변화 대책과 도시재생의 접목이기도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접목한 접근이라는 것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도 낙후된 지역을 개선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지역은 기후변화에도 취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사회취약계층도 많이 거주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에게는 도시가 더워진다고 해서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곳에서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죠. 그런 지역에는 폭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지붕에 열 차단 페인트를 칠해준다든지, 단열 창문으로 교체해준다든지 해서 에어컨이 없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게 도시재생 사업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면 도시재생과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연관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책적으로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나 조례 제정이 쉬운 방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국가 가이드라인은 보통 모든 지역의 특성을 다 반영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지자체가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해당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적극적인 계획을 수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도시 측면에서 처음에는 녹색 환경을 많이 강조하다가 그리고 지속가능도시 만들기, 이제는 탄소 중립 또는 탄소 제로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것이 마을 개념이잖아요. 제 생각에는 마을 단위로 도시재생을 하는 것처럼 탄소 중립도 대전시 전체 보다는 마을 단위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전광역시 전체를 탄소제로도시로 만들기는 어려워도 한 마을을 그렇게 하는 것은 보다 쉬운 일이겠죠. 일단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는 마을을 많이 만드는 것을 먼저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에너지 자립 마을처럼 말이죠. 대전시도 올해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을 확대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마을들을 도시재생과 엮어서 간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한 도시재생의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3. 기후변화와 관련한 리질리언스(Resilience) 도시재생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문충만 박사 :  2012년에 미국에서 ‘샌디’라는 이름의 허리케인이 발생해서 미국 동부, 뉴욕 쪽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 지역은 그동안 허리케인에 대한 피해를 많지 않았던 지역이라 그러한 피해에 대비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죠. 그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리질리언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리질리언스는 도시의 회복력에 초점을 두는 개념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빨리 복구시키고 이전 상태로 되돌릴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응급 구호의 초동 조치를 넘어서 초기 피해를 빠르게 복구하는 법에 집중하는 것이죠. 리질리언스를 도입한 도시라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떻게 복구하고 재구성하는지까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HUD(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는 디자인 공모(Rebuild By Design)를 통해서 도시를 어떻게 재건하면 좋을지를 모색했습니다. 허리케인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 해수의 유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표면의 유출수를 내보내는 방법이나 아예 저수지로 보내서 재활용하는 방법 등을 고민한 것이죠. 그때를 계기로 기후위기에 대한 도시의 회복력 논의를 더 활발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Q4. 도시재생을 논할 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적 재생, 공동체인데요, 기후변화 대책에서도 사회적 개념,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문충만 박사 :  그것을 어떻게 추진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후변화 대책 분야에서도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에서 가장 기본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이 혼자 해서 되는게 아니라 한 마을이, 하나의 사회가 다 같이 해야 합니다. 한 아파트단지에서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에너지를 절감하고자 했을 때 외관상의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제대로 된 사업 효과를 위해서 마을 전체가 동참하게 하려면 주민 공동체의 활성화, 참여와 공유가 매우 필요한 것이죠.
제가 연구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 자원순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나 플라스틱 쓰레기에 재활용 불가능한 스티커를 다 제거하고 적합한 부분만 분리배출을 하자는 것을 개인에게만 제안하는게 아니라 그 마을 전체가 동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주민센터에 한데 모아서 쓰레기 배출 방법을 교육하고, 자발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소규모 공동체조직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 쾌적한 배출장소와 시설을 지원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마을 전체가 친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게 지원하고 유도하는 것이죠.

에너지 절감과 관련해서 주민 수용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덴마크의 풍력단지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해상 풍력을 설치할 때는 주민들의 반대에 많이 부딪힙니다. 풍력 시설 주위에는 소음도 심하고 물고기가 많이 모이지 않아 어업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덴마크에서는 풍력단지를 지을 때 인근 주민들에게 펀딩을 받아서 건설을 합니다. 그 대신 그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는 그 주민들에게 쓰여집니다. 주민들을 위해서 지어지는 것이죠. 그러고 남은 전력은 팔아서 주민들의 수익이 됩니다. 펀드 투자한 만큼 수익까지 얻는 구조를 통해서 그 주민들 80% 이상이 펀드에 참여하고 자연스레 풍력발전 건설에도 동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주민 수용성은 이런 것을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직접 참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환경기초시설, 폐기물 처리장이나 소각장의 건설을 대부분 다 반대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단순한 혜택을 주면서 짓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을 넘어서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게 할지를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좋은 사례로 구리자원회수시설(소각장)에서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면서 랜드마크인 구리타워를 비롯해 실내수영장, 사우나, 축구장 등을 만들어 시민들의 여가활동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시민들이 직접 찾아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도시재생을 크게는 물리적 환경 개선(하드웨어)과 주민 역량 강화(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대응 전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방향 다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도 도시재생과 기후변화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하는 일은 거의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리적인 대책과 방안을 세워서 실제로 해주기도 하지만 주민분들한테 어떻게 탄소저감, 자원순환 할 수 있는지도 교육합니다. 사실 처음엔 도시재생이 낯설게 느껴졌는데 기후변화대응 전략이랑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문충만 박사

Q5. 대전세종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서 보시기에, 기후변화에 대응한 도시재생을 실현하기에 대전시는 전반적으로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을까요?

문충만 박사 :  그건 기준이 너무 많아서 판단하기는 어렵네요. 어떤 어려움일지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구나, 어디나 다 어려움을 안고 있죠. 그러니까 행정도 행정대로 어떻게 만들기 나름이고 주민 수용성도 주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앞으로 대전이 얼마큼 노력하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 연구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 중에 하나가 있습니다. 대전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는 덜 덥습니다. 다른 지역처럼 홍수나 태풍에 피해가 거의 없고 한파도 다른지역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기후변화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나 기후재난 영향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타지역보다 1도씩 덜 덥다고 그게 폭염이 아닌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더워지고 있고 대전도 확연히 더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대전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전의 계획상 법들이 탄소 중립과 연계되어 조금씩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도시재생에서도 앞으로 어떠한 사업을 할지에 대해 기후변화나 탄소 중립을 염두에 두고 꾸려나갔으면 하는 것이죠.

배민경 연구원 :  우리 대전이 이렇게 피해가 적은 것이 지리적인 장점 때문인가요? 많이들 대전은 재난·재해가 적고, 재미없지만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합니다. 대전이 이러한 것은 지리적으로 운이 좋은 덕인지 궁금합니다.

문충만 박사 :  그런 것도 있습니다. 우리도 분지지만 대구만큼 꽉 막힌 분지는 아니어서 조금 더 공기 순환이나 흐름이 잘되고, 미세먼지나 폭염 현상이 세종이나 대구보다도 조금 더 나은 실정이죠. 강우의 경우도 대청호의 영향으로 가뭄이 올 확률이 다른 지역보다 적습니다. 또한 금강 상류지역이라 홍수의 피해도 적습니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대전시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만큼 쌓아온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인지를 잘 못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온 것이 분명히 다 있어서 피해가 덜한 것입니다. 기후변화 적응 사업할 때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업을 했는데 피해가 이만큼 최소화되었다는 것을 수치로 표현하거나 이해시키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이번 폭염 때 온열 질환자가 500명 발생했을 것을 우리가 이렇게 노력해서 300명밖에 안 됐다는 말을 할 수가 없듯이 많은 정책들을 수행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지 모른다는 것이 어려운 점입니다. 분명히 우리는 폭염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많은 사업을 했지만 그래도 온열 질환자는 발생하니까 효과가 없거나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그것이 아니니까요.

배민경 연구원 :  릴레이 인터뷰 첫 회에 정재근 원장님께서 언급하신 사후가정효과(Counterfactual effect)가 생각이 납니다. 이것을 안 했으면 더 안좋아졌고, 했어서 그나마 이만큼인데 그걸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하셨었죠.

문충만 박사 :  맞습니다. 직접 정책을 수행하시는 공무원분들이 더 잘 체감하실거에요. 왜냐하면 분명히 많은 사업(정책)들을 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잘 보이지가 않으니까요.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가 아무것도 안했다고 생각하기 쉽죠. 생각해 보면 대전이 이번 폭우의 피해를 받지 않은 것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해온 치수 사업들이 다 빛을 발하는 것이죠. 이렇게 행정, 건축, 도시계획, 방재 등 많은 분들이 노력한 게 분명히 있는데 그것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배민경 연구원 :  네 박사님, 오늘 너무 가치있는 인터뷰를 진행한 것 같습니다. 귀한시간 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