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시민기자단_한유섭

“장래의 문화적 발전을 위하여 다음 세대 또는 젊은 세대에게 계승ㆍ상속할 만한 가치를 지닌 과학, 기술, 관습, 규범 따위의 민족 사회 또는 인류 사회의 문화적 소산. 정신적ㆍ물질적 각종 문화재나 문화 양식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표준국어대사전」

본 협약의 목적상 문화유산이란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한다.

기념물: 건축물, 기념적 의의를 갖고 있는 조각 및 회화, 고고학적 성격을 띠고 있는 유물 및 구조물, 금석문, 혈거 유적지 및 혼합유적지 중 역사, 예술 및 학문적으로 현저한 세계적 가치를 갖는 유산

건조물군: 독립된 또는 연속된 구조물들, 그의 건축성, 균질성, 또는 풍경 안의 위치로부터 역사상, 미술상,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는 유산

유적지: 인공의 소산 또는 인공과 자연의 결합의 소산 및 고고학적 유적을 포함한 구역에서 역사상, 관상상, 민족학상 또는 인류학상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는 유산 “세계유산협약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정의 제 1조”

과거는 결코 우리 곁에서 멀어지지 않고 그 흔적을 남겨 항상 가까이 있으려고 합니다. 역사는 현재의 대화 상대요, 미래의 거울이기 때문이죠. 좋은 것이 있으면 그 점을 본받아 계승시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나쁜 것은 반면교사로 삼아 최소한의 피해를 막아 비극이 되풀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말입니다.

단순히 탐구에만 그치지 않고 콘텐츠로 승화시켜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고 항상 기억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죠. 그런 사례를 보면서 일부 사람들은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저렇게 성숙한 발상을 왜 우리는 할 수 없는가’라고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비교만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기에 그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떤 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정말로 뜻깊고 소중한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그곳은 바로 부산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입니다.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지만 정작 뭐 하는 곳인지 왜 생겨났는지는 아무도 모른 채 무관심 속에서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호국영령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 그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요?

1. 여기, 타국의 호국영령이 잠들다

유엔기념공원

유엔기념공원은 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 93에 있으며 이름만 공원일 뿐 실제로는 묘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전쟁이 한창일 1951년 유엔군 사령부가 전사자들을 위한 묘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한 것이 시초였고 이에 전국 각 지역 유엔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수습하여 이곳에 안장하였습니다.

그러다 1955년 국회에서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이곳 토지를 유엔에 영구히 기증하고, 아울러 묘지를 성지로 지정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1955년 12월 15일, 한국 정부로부터 국회의 결의사항을 전달받은 유엔은 이 묘지를 유엔이 영구적으로 관리하기로 유엔총회에서 결정, 이에 따라 1959년 유엔과 대한민국 간에 “재한 국제연합 기념묘지 설치 및 유지를 위한 유엔과 대한민국 간에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곳엔 현재 11개국 2,300여 명의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2. 한국의 남쪽 끝 고요한 세계시민들의 도시

유엔기념공원에 첫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유엔기념공원에 처음으로 들어온 순간 눈에 보였던 풍경은 광활한 푸른 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일단 명칭상 공원이라 그런지 확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추모관

입구 근처에 눈에 띄는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추모관’으로 유엔군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1964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가장 특이한 부분은 건물 전체를 삼각형 모양으로 지어졌다는 겁니다.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 알아봤더니 설계자가 전사자들의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감안하고 추상성과 영원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고 하더군요.

기념관

추모관 바로 옆에는 관리처와 기념관 건물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저는 기념관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엔 유엔기념공원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기념관 내부 전부 다가 인상이 깊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은 유엔 깃발과 등록문화재 등록증입니다.

70여 년 전 타국의 이방인들이 지도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신생 국가 대한민국을 북한, 중국, 소련과 같은 악의 무리에서 지켜주기 위해 그리고 이들을 무찌르기 위해 이역만리를 건너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싸웠습니다. 무엇을 위해 싸웠냐고요? 그것은 바로 자유입니다. 자유가 없는 세상은 세뇌된 좀비들이 떠돌아다니는 세상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따지고 개인이라는 존재를 자각하고 그에 따른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으면 결코 무용지물이 되고 말지요.

어디 이러한 인간의 권리만 그러하겠습니까? 가장 기초적인 권리인 사유재산권도 그러합니다. 여기서 사유재산권을 기초적인 권리라고 규정한 이유는 내가 스스로 열심히 벌어서 그 돈을 축적해 재산으로 만들고 마음대로 소비를 할 수 있는 사회, 각자의 돈을 누군가 간섭하지 않고 내 소유물로 보장시켜주는 사회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괜히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별 생각 없이 언급되는 게 아닙니다. 이 둘은 사실상 한 몸인 존재입니다. 역사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는 나라일수록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죠. 특히, 식민제국 출신인 나라들이 그러합니다. 애초에 나라가 잘 굴러가지 못하면 제국이 될 리가 만무하죠.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어쨌든 사담이 길어졌는데 위 두 개의 가치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요, 근대 문명의 핵심이기에 전시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신을 잊지 않고자 국내외 각지에서 유엔군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한국을 도와줬던 국가들의 깃발과 유엔기

공원 맨 위쪽엔 한국을 도와줬던 국가들의 깃발과 유엔기가 걸려 있습니다. 국기들을 보니까 ‘생각보다 한국을 도운 나라가 많이 있구나’라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그리고 깃발들 밑에는 전사자들의 묘역이 있습니다.

전사자들의 묘역

전사자들의 묘역은 현충원과 서양식 공동묘지를 섞어 놓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곳곳엔 국가별로 기념비가 자리를 잡고 있지요. 서양식 공동묘지 특유의 정원 같은 느낌과 현충원 특유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반반씩 공조하는 모습이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그렇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전사자분들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한국을 지켜주었는데 많은 사람은 그것을 망각하고 있으니까요.

도은트 수로

묘역 바로 밑에 웬 물길이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인공적으로 만든 물길인데 거기엔 물고기들도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유엔군 전사자 중 최연소 전사자인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제임스 패트릭 도은트의 성을 따서 만든 ‘도은트 수로’라고 합니다.
그가 전사했을 당시 17세였다고 합니다. 17세라니 만 나이인지 세는 나이인지는 몰라도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생의 나이입니다. 그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를 위해 와서 싸우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들을수록 저절로 숙연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묘역을 지나고 한참을 산책하던 와중 양옆에 물이 흐르고 있는 길이 있었습니다. 그 길의 이름은 ‘무명용사의 길’! 말 그대로 이름 없이 죽어나간 병사을 기리기 위해 만든 길입니다. 저는 그 길을 가로지르면서 이 구조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수없이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양옆 흐르는 물길은 그저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는 ‘역사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굴러가듯이 전쟁도 마찬가지다’라는 뜻을 내재하죠. 흘러가는 물은 그저 흐르는 물에 불과합니다. 아무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는 않죠. 그래서 이와 마찬가지로 무명용사들도 그러합니다.
죽어간 일반 병사, 장교, 장성들에게도 관심이 없을 판에 무명용사는 오죽할까요? 하지만 그들이 있기에 이렇게 평화와 풍요를 누리며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특히, 땡볕의 무더위에 물이 있으면 시원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우의 시체 중 하나로 남겨져 떠나간 전사자 유족들의 눈물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유엔군 위령탑

무명용사의 길 바로 앞에는 유엔군 위령탑이 서 있는데 1978년 한국에서 만든 거라고 합니다. 그 안에도 기념관을 조성하였는데 유엔군 전사자와 관련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영연방 출신 전사자들과 관련이 있는 것들입니다.
이걸 보니 저는 책이 한권 떠오르더군요. 그 책의 이름은 ‘후크고지의 영웅’입니다. 2021년에 발간되었는데 1952년~1953년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판부리 사미천 부근 능선 고지에서 처절하게 싸웠던 영국군 병사들의 회고가 담겨있는데 지형이 갈고리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후크고지가 불렸습니다.
참고로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병력을 많이 파견하였는데 1,177명이 전사하였습니다. 이 책에 나온 참전용사들의 나이는 17~20세 사이로 아직 성인이 아니거나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을 위해 싸우러 와준 것은 대단히 기특하고 고마울 일입니다.
그리고 위령탑 옆에 있는 부조판은 한국을 도와준 참전국들의 파병 숫자를 나타내 것인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아무도 모르는 타국을 위해서 도와주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숙연해지곤 합니다.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비

유엔기념공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이곳이었습니다.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비로 유엔군 전사자 40,896명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미국군 전사자 명단이었는데 숫자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미국의 주별로 분류하여 새겨 놓았습니다.
검은 돌에 하얀색 글씨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으니까 많은 희생이 있다는 걸 제대로 체감하였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그 말이 절로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저기 새겨져 있는 이름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척이고 이웃이고 친구일 겁니다.

3.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하는 이유

유엔공원 인근에 위치한 광안리 해수욕장

유엔기념공원을 다 둘러보고 시간이 남아 광안리 해수욕장을 방문해 산책하였습니다. 제가 간 날은 성수기여서 그런지 피서를 즐기러 온 사람이 많았습니다. 거기다 무슨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더 복잡했고요. 그곳을 둘러본 저는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됐고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된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 그러나 시간이 흘러 2022년 지금은 멋진 건물들이 즐비해 있고 국민소득 3만 달러인 나라로 변모했습니다.
그 과정에는 인고의 시간을 버텨냈기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오로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과실을 따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걸 지키기 위해 이역만리 해안선을 타고 고귀한 희생을 한 것이고요. 그렇기에 유엔기념공원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과감히 유엔기념공원을 무조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전 세계 유일무이한 유엔군 전용 묘지

②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같은 근대 문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보편성

③ 단군 이래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은 기념성

④ 현대 문명의 근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1948년 건국하여 신생국가였던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성

이렇게 네 가지가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는 산업 혁명 이후 한국에서는 1948년 건국 이후로 근대의 뿌리인 해양상업문명을 완전히 이식해 체득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사실상 최후의 승리자요, 인류를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든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너무 당연시하게 여긴 나머지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소홀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선 안 됩니다. 지금 한국이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는 이방인 출신 전사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이루어져 지켜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훗날 유엔기념공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부산은 물론이고 한국을 좀 더 당당한 제국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생독립국가, 빈곤국이었던 대한민국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지금에 자리로 있게 만들어준 국가들을 언급하며 기사를 마칩니다.

◉ 병력지원국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필리핀, 튀르키예, 태국, 그리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 의료지원국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 물자지원국 과테말라, 미얀마, 이스라엘,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이란, 온두라스, 파나마, 독일, 베트남, 이집트,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라이베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파키스탄, 리히텐슈타인, 시리아, 일본, 대만, 페루, 레바논, 스위스, 아이티, 칠레, 헝가리, 모나코,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쿠바, 교황청, 멕시코,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