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남혜경
지난 1년 9개월 동안 광장은 광장답지 못했습니다. 차도에 갇힌 섬이라는 불명예를 씻고자 도시재생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차도-광장-차도’에서 ‘광장-차도’로 구분이 명확해졌으며 넓어진 광장에 심겨 있는 많은 나무는 공원 같은 느낌을 줍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정원에서 본 광화문광장 전경
조선시대 광화문 앞길은 육조거리로 궐외각사들이 모여 있는 중심 관청가였습니다.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복원이 됐지만,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이후 조선총독부가 세워지면서 경복궁 동쪽으로 강제 이전됐습니다. 제3공화국 시절 콘크리트로 광화문이 다시 만들어졌지만, 위치와 건축 소재 면에서 고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광화문은 2008년이 돼서야 고증을 통해 원래의 자리에 제대로 복원이 됐습니다.
광화문은 소실과 복원을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그 앞길만은 대한민국의 중심 공간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는 공간으로, 민주주의 상징이자 화합의 공간으로 성장했습니다.
2009년에 조성된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중앙 분리대라고 불릴 정도로 양옆으로 차도가 있어 접근하기 어렵고, 쉴 공간이 부족했으며, 역사성 복원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광화문광장은 서울의 심장이자 대한민국의 상징 공간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았습니다.
거대한 중앙 분리대가 아닌 광장으로, 차도에 갇힌 섬이 아닌 진짜 광장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광화문광장은 1년 9개월 동안 겨울잠을 잤습니다.
차도와 광장
중앙 분리대에서 거듭나기 위해 차도는 하나로 합치고, 광장은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서쪽으로 옮겼습니다. 공간을 이동했을 뿐인데, 기존 1만8840㎡보다 2.1배나 넓어졌으며, 광장 폭도 35m에서 60m로 확대됐습니다. 녹지는 광장 전체 면적의 4분의 1수준으로 3배 이상 늘어나 총 9367㎡가 됐습니다.
5,000그루의 나무
광화문광장은 우리나라 고유 수종 중심으로 키가 큰 나무 300그루를 포함 총 5,000그루의 나무와 다양한 휴식 공간이 생겼습니다. 사계 정원에는 산벚나무, 배롱나무, 산수유, 복자기 등을 심었습니다. 지하철 광화문역 7번 출구와 바로 연결되는 광장 숲은 팽나무, 느티나무, 느릅나무 등을 비롯해 병꽃나무, 산수국, 박태기나무 등 키가 크고 작은 나무와 초화류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입구 주변 문화쉼터에는 우리나라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참나무류를 심었습니다. 참나무 숲속을 걷다 보면 맑은 물이 샘솟는 샘물 탁자와 모두의 식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 동상 인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주변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은 각종 행사를 위한 놀이마당을 조성했습니다. 광장다운 모습은 갖추며, 다채로운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나무를 심지 않았습니다.
열린 마당은 전국에서 생산된 돌을 조각보 문양으로 포장해 비교해 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전남 고흥에서 고흥석을, 경북 상주에서 상주석을, 경남 거창에서 거창석을, 경기도 가평에서 가평석을, 경기도 포천에서 포천석을, 경남 거창에서 거창석을, 전남 보성에서 보성석을 사용했습니다.
사헌부 터 유구 발굴 현장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의 정원에는 공사 중 발굴된 매장문화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헌부 유구 발굴 현장에서 드러난 지층을 형상화한 시간의 벽천입니다.
사헌부 터 전시 공간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배수로와 우물, 사헌부 청사의 담장과 출입문터 그리고 행랑유구 등이 확인됐습니다. 공간 주변에는 역사적 경관과 어울리도록 장대석으로 한국 전통 정원인 화계를 만들고 배롱나무, 모란, 매화나무, 분꽃나무 등을 심었습니다.
육조마당
경복궁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육조마당으로 조선시대 육조거리 모습과 현재 광화문의 아름다운 경관을 살리기 위해 넓은 잔디광장으로 만들었습니다. 1932년 조선 건국부터 현재까지 매년 역사를 돌판에 기록한 역사 물길은 육조마당에서 시작됩니다.
광화문광장에 직접 가서 보니, 차도에 갇힌 섬 혹은 거대한 중앙 분리대라는 불명예는 확실히 씻은 듯합니다. 비가 와서 바닥우물, 터널분수, 한글분수, 명랑분수 등을 만나지 못해 살짝 아쉽지만, 공원같은 광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광화문광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차도는 하나로 합치고, 역사는 보존됐으며, 물이 흐르고 푸르름이 살아 숨 쉬는 우리 모두의 광장으로 영원하길 바라봅니다.
[참고문헌] 광화문광장 홈페이지(https://gwanghwamun.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