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 기자단 기사
시민기자단_나성영
얼마 전 칠월칠석(음력 7월 7일)이 지났다. 칠월 칠석에는 견우와 직녀에 대한 설화가 있다. 직녀는 하늘님의 손녀로 길쌈을 잘하고 부지런하였다고 한다. 하늘님의 사랑을 받던 직녀는 은하수 건너의 견우와 혼인을 시켰는데 신혼의 단꿈에 빠져 하던 일을 소홀히 하여 하늘님의 노여움을 사서 둘을 은하수로 갈라놓고 1년에 한 번씩만 만나도록 하였다. 이마저도 은하수 때문에 만나지 못하자 검은 까치들이 다리(오작교)를 놓아 둘을 만나도록 도와주었다는 설화이다.
문명이 발달한 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큰 강이나 하천 주변이었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을 비롯하여 많은 도시가 강과 천변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강은 비옥한 토지, 식수의 공급, 아름다운 경관 등 다양한 이점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도시의 공간을 갈라놓게 된다. 이 갈라 놓은 것을 다시 이어주는 것이 바로 다리이다. 우리 대전의 원도심에도 대전천이 흐르고 있어 이 천을 중심으로 동구와 중구로 나뉘고 있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여러 개의 다리 중 ‘커플브리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커플브리지
‘커플브리지’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2016년부터 준비하여 2020년에 완공한 대전천의 동과 서를 잇는 길이 83m 폭 4~6m의 다리이다. 중교와 대흥교 사이에 있는 인도교로 연결과 소통, 남과 여,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라는 테마를 반영해서 독특한 S자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다리 위에는 원형무대와 이벤트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야간 조명 쿨링 포그 시설 등의 부가 시설도 마련되었다.
과거 이 장소는 원도심이 흥했던 1980년~1990년대 시절, 홍명상가와 먹자골목, 극장가가 자리 잡고 있어서 많은 시민의 만남의 장소로 붐볐던 곳이기도 했다. 현재 중앙시장, 위캔센터와 케미스트리트, 으능정이 스카이로드까지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하지만 커플브리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애정 어리지 않다. 커플브리지를 개통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처음에 기대했던 성과를 생각하면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 독특한 모양의 무대와 이벤트 공간이 조성되어 있지만 이 공간을 특별함으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종에 개통한 금강보행교와 비교가 된다. 물론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나지만 독특한 모양만큼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인 듯하다. 금강보행교는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많은 사람이 그 단순함과 아름다운 모습이 소문나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는 곳이다. 커플브리지도 이처럼 요즘 세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커플브리지 일대 전경 [출처: 대전시]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커플브리지에 해 질 녘이 되면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해가 길게 넘어가는 요즘 노을을 잘 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은하수로 가로막힌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까치들이 오작교를 하나, 둘 놓은 것처럼 커플브리지도 그 이름에 걸맞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커플브리지는 특히 야경이 아름답다. 푸른색과 붉은색 조명이 섞여 있어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낮도 낮이지만 해가 지고 나서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이벤트가 있었으면 한다.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데는 먹거리와 볼거리만 한 것이 없다. 은행교 앞의 커다란 보름달 조명과 으능정이, 중앙시장 상권을 생각하면 커플브리지는 더할 나위 없는 여건을 가진 셈이다.
지금처럼 단순한 보행교로 두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여건은 갖췄으니 사람들이 편하게, 재밌게, 자유롭게 방문하여 이 공간을 채우고 좋은 기억을 가지게 했으면 한다. 축제나 행사 등도 기획되고 스토리텔링이 추가되어 사람들 사이에 자주 커플브리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공을 들여 만든 다리가 흉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전시와 대전시민들이 하나 되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행사와 축제들이 취소되어 진행되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다시 준비해야 할 때다.